[제주도민신문]올해로 공직생활 19년 차. 세무과로 발령을 받아 재산등록 대상자가 되어 처음으로 재산신고서를 작성했다. 그동안 매년 누군가의 재산공개 뉴스를 보며 “저 사람은 얼마일까?” 하는 호기심과 가벼운 시선으로 넘겨보곤 했다. 때로는 “공무원치고 재산이 너무 많네”라는 댓글들을 보며, 우리 사회가 공무원을 얼마나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지를 알면서도 나 역시 그렇게 본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막상 내가 직접 신고를 하려니 생각이 달라졌다. 내 이름 석 자가 뉴스에 오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손이 조심스러워졌고, 단 한 줄의 실수도 있어선 안 된다는 책임감이 들었다. 동시에 '청렴'이라는 단어가 문득 마음을 건드렸다. 단지 법에 따라 신고서를 내는 것이 아니라, 시민 앞에 나를 드러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공무원이란 ‘공(公)’과 ‘무(務)’, 두 글자의 무게를 품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공(公)은 ‘숨김없이 투명하라’는 뜻이고, 무(務)는 ‘시민을 위해 힘써야 한다는 다짐’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처음 마음은 흐려지기 쉽다. 익숙함 속에서 기준은 느슨해지고, 작은 예외가 관행처럼 자리 잡기도 한다. 이번 재산신고는 나에게 그 초심을 다시 붙잡게 해줬다.

돌이켜 보면, 청렴이란 거창한 윤리강령이 아니라 일상에서 얼마나 솔직하고 떳떳한지를 묻는 질문 같다. 예산을 집행할 때, 민원인에게 응대할 때, 작은 서류 하나를 처리할 때도 마음속 저울이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누구나 청렴을 말할 수 있지만, 누구나 청렴하게 살 수는 없다. 실천은 언제나 생각보다 어렵다. 그렇기에 더욱 의식하고 다짐해야 한다. 공직사회가 신뢰받기 위해서는 제도보다 사람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그 시작은 나 자신임을 잊지 않겠다. 신고서를 제출한 날, 증명사진을 다시 찍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마음속에 다짐을 새겼다. 19년 전 임용장을 받던 그날처럼, 투명하게, 그리고 성실하게. 내 이름 앞에 붙은 ‘공무원’이라는 두 글자가 자랑이 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