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민신문]드디어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전부개정안이 통과되었다. 2000년 제주 4·3특별법 제정 이후 통한의 역사 해결을 위한 또 다른 한 걸음을 내딛기까지 자그마치 21년이 걸린 것이다. 지금까지 희생자와 유족의 한이 담긴 법안이 이해관계의 문턱 앞에서 번번이 좌절되어 왔던 것을 생각하면 추가진상조사, 군사재판 수형인 일괄 직권 재심, 일반재판 수형인 개별특별재심, 실종선고 청구 특례, 인지청구 특례 등을 포함하여 상당한진전을 이뤄낸 이번 특별법 개정이 시사하는 바가 더욱 크다.

제주대학교 총학생회는 이번 4·3특별법 개정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이번 전부개정안이 희생자와 유가족의 명예회복을 위한 큰 산을 넘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에겐 여전히 고민하고 힘을 모아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이에 제주대학교 총학생회는 이번 4·3특별법 개정 이후 남은 과제와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정부는 위자료를 반드시 실질적 의미의 배·보상의 성격으로 이해하여 연구용역에 임하고 그에 맞는 결론을 내야 한다. 법안 통과를 위한 절충 과정에서 국가의 책임을 분명히 한‘배·보상’이라는 단어가 ‘위로하고 도와줌’을 뜻하는 ‘위자료’라는 단어로 바뀌었다. 그러나 위자료라 할지라도 연구용역 과정에서 정부는 국가의 책임을 분명히 인식하고 반드시 실질적인 배·보상의 의미를 담아야 한다. 이는 명예회복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이기에 합리성이나 재정여건을 핑계로 보상금을 감액하거나 이번 보상이 단지 시혜적인 의미에 그치게 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당정 모두 이에 막중한 책임을 느끼고 연구용역의 결과와 다름없이 지급이 이루어 지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야말로 현대사 연구 및 과거사 정리와 관련하여 책임을 다루는 귀중한 선례가 되어 제주 4·3 외의 국가폭력 사건에 대해서도 국가의 책임을 다하도록 하는 초석이 될 것이다.

둘째, 제주 4·3은 여전히 정명해야 할 역사이다. 피로 얼룩진 역사에 단지 ‘사건’이라는 표현 대신 정확한 명칭을 부여하기 위해 끊임없는 연구가 필요하다. 또한 화해와 상생이라는 아름다운 단어 안에서 여전히 선택되고 제외되는 것들이 남아있음을 분명히 기억해야 한다. 전도민이 이번 개정안 통과에 안주하지 않고 역사적 사명을 갖고 마땅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생동력을 가진 우리 청년이 지속적인 추가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행동으로 실천하여 명예회복과 진실을 규명하는 역할을 해나가야 한다. 지성인인 우리가 건강한 사고로 끊임없이 움직이는 기억과 역사의 능동적 계승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향후 아픔의 역사 제주 4·3이 단지 머물러 있는 사건이 아니라 흐르는 역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은 오롯이 우리 후대의 몫이다.

4·3특별법 전부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기까지는 4·3 유족을 비롯해 4·3 관련단체 및 제주도, 제주도의회 등 민·관의 노력이 있었다. 오랜 기간 노력해 온 이 시대의 시민이자 참된 어른들께 심심한 감사를 표한다. 그리고 이 법안의 대표발의자인 오영훈 의원에 큰 박수를 보내며 발전적 논의를 함께한 이명수 의원에게도 감사를 전한다. 끝으로 모든 노력의 정점에서 어두웠던 제주 4·3의 역사에 진실의 불씨를 청춘으로 지펴낸 수많은 제주대학교 선배, 또 4·3의 후예로서 선봉에서 진실을 위해 분투했던 제주대학교 총학생회 선배들의 노력에도 깊은 존경을 표한다. 다시 한번 우리 제주대학교 53대 총학생회는 제주도민의 눈물과 노력으로 이루어 낸 4·3특별법 개정을 환영하며, 다시 불어올 제주의 새로운 봄을 준비할 것이다.

2021년 3월 1일 제주대학교 53대 총학생회